구글 애드센스 심사중.


(역사, 정치) 조선에 간 유럽 공주 문예 / 미완이나 B급



솔직히 말하면 <잿꽃>이 공모전 탈락하고 멘탈 나가서 잠깐 손댔던 작품이다.
다시보니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4 팬픽에 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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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540년.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중앙아메리카를 멸망시키고 갓 10년이 지났다. 바야흐로 식민지 개척의 낭만시대였다. 자칭 ‘정복자’들은 자신들의 국왕보다 거대한 땅을 지배했으며, ‘총독’을 자처했다. 시골뜨기가 공작에 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일확천금의 기회가 바다 너머에 펼쳐져 있었다.
또한 정복자들이 가져오는 수많은 황금은 전 유럽을 미치게 만들었다. 황금의 찬란함은 원주민 몇 만 명이 죽고 몇 십만 명이 다치는 것을 사사로운 일로 만들었다. 마침내 후발 국가들이 세계의 빈 땅에 눈독을 들이며 힘을 배출하는 순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타마라 공주의 어머니는 해외로 추방을 당했다.
타마라 공주의 어머니, 아냐 피아스트는 폴란드령 마조비아 공국의 공주였다.
‘주군께서는 공주님이 다른 유럽인과 결혼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가까운 외국인에게 시집을 간다면, 폴란드 전역이 불탈지도 모릅니다.’
당시 왕실 가문이었던 폴란드의 야기엘론스키 가문은 리투아니아와 연합하며 나라를 하나로 합칠 계획이었기에 구 왕족 피아스트 가문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평생 곱게 자랐던 아냐 피아스트는 눈물을 흘리며 스페인 상선 ‘니나 핀타’호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혹시 중국인과 결혼하는 것일까? 아니면 페르시아인의 부인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그녀와 그녀의 가신단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사실 그녀의 추측이 옳았다. 세계 최강의 제국 명나라의 첩이 될 운명이었다. 백 년 전 정화의 함대가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 나타났을 때, 유럽, 아나톨리아, 아프리카 3대륙이 공포에 질린 여파가 남아있던 것이다. 각국의 왕들은 ‘저 정도 함대를 거느릴 국력이면 전 유럽이 대항해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폴란드 정부는 오스만 제국(터키)을 견제할만한 강한 우방을 원했다.
이교도와 결혼하다니! 세상 전체가 그녀를 버리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배는 동남아시아에서 강한 태풍을 마주했다. 숙련된 선원들조차 하나 둘 바다의 원혼이 되어갔다. 부서져가는 배 안에는 절망만이 남아있는 듯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예수 그리스도시여...’
그녀는 절규하며 신의 이름을 연신 부르다 정신을 잃었다. 니나 핀타호의 항해 일지는 여기서 끝이 난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섬의 해안가였다. 여기저기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가신들은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검을 빼어들고 원주민과 대치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공주님.’
살아남은 스페인의 항해사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아냐에게 더듬더듬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곳은 알려지지 않은 섬입니다.’
‘네...?’
‘베트남의 동쪽, 명의 남쪽으로 추측됩니다.’
그들이 도착한 ‘카나카’는 중국 하이난 섬과 말레이시아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이다. 크기는 우리의 서울 면적이며 다습한 열대 기후다. 인종적으로는 동아시아인이 주류다.
조선 조정은 노예로 사로잡은 건주여진족을 주축으로 정벌을(1445년, 조선왕조실록.)하려 했지만, 오히려 1000명의 선발대가 그들에게 동화되며 카나카 민족이 되었다. 세종은 다시 그들을 정벌하려 했으나, 정치 체제도 갖추지 못한 야만인들의 땅을 빼앗아봐야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김종서의 간언으로 중지했다.
확실히 아무런 매력이 없는 땅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축복이 되어 동양의 열강들이 외면한 땅이었던 것이다. 몽골도, 일본도, 아유타야도...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기록조차 거의 없다.
‘진정한 카나카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 아냐 피아스트가 흥분한 폴란드 가신들의 칼을 내려놓도록 명령한 시점이다. 원주민들이 정적에 빠진 그 때, 아냐 피아스트는 하늘을 향해 자신의 권총을 발사했다. 마치 벼락같은 흑색화약의 소음은 원주민들을 공황으로 몰아넣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한 원주민이 연기 속의 공주에게 손짓 발짓을 하며 물었다.
‘나는 마조비아의 공주다.’
아냐 피아스트는 ‘공주’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가리킨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쳐들었다. 그러자 모두가 엎드려 그녀를 신으로 모셨다. 학자들은, 아냐가 그들 사이에 퍼져있던 대지모신 사상을 우연히 자극했던 것으로 추측한다.
1년 후, 아냐 피아스트는 스스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소속의 카나카 총독을 자칭한다. 그녀의 가신들은 말라카 해협으로 떠나 인도네시아의 스페인 인력들을 등용하는 데 성공한다. 명석한 그녀는 이 쓸모없어 보이는 땅에 수많은 황금과 향신료가 있음을 파악하였고, 말라카 스페인에게 수수료를 주며 유럽과 교역을 개시한다.
하여, 유럽의 선진 문물이 카나카에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에 큰 감동을 받은 본국 폴란드에선 그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정착한지 10년 만에 카나카는 주요 무역 허브로 성장하게 된다. 게다가 전 국민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며 정치적인 안정을 누린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대지모신도 아니었고, 피아스트도 아니었지만, 인자하고 아름다운 총독으로 전 국민의 칭송을 받는다.
코르테스는 원주민을 죽이고 황금을 약탈했지만, 그녀는 원주민과 결혼하고 황금으로 문화를 얻어낸 것이다. 인구가 적으니 부의 분배도 고르고 정치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었다.
피아스트였던 아냐 와카는 제사장 파벨 와카와 혼인하여 딸 타마라 와카를 낳는다. (타마라 공주는 짧은 흑발에 갈색 피부,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 관점으로 베트남계 미녀와 비슷하다고 추측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공주, 잿더미에 핀 꽃, 그녀의 인생은 1549년에 시작되었다.
이국의 식민지에서 태어난 비운의 타마라 공주는 스스로 ‘피아스트 가문의 후손’을 자칭했지만 평생 마조비아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강대국 폴란드와 말라카 스페인 총독의 총애를 받으며 자라난 어린 시절은 유복하고, 행복하였다.
침략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마 그 시대의 가장 뛰어난 성군을 뽑으라면 단연코 오스만 제국의 쉴레이만 황제일 것이다. 터키 역사의 황금시대를 연 그는 로마 황제를 자칭하였고 유럽 세계는 그를 ‘장엄제’라고 칭송하였다. 비록 신성로마제국의 가장 큰 적이었지만, 유럽인들은 쉴레이만에게 온갖 칭송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영민한 군주는 수에즈 운하 아래쪽의 아덴만을 얻자마자 식민지 개척을 계획했다. 쉴레이만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에 동남아시아 거점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알짜배기 땅은 이미 서구세력이 점거한 상태였고 쉴레이만은 성과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침략의 전쟁명분만 기다리던 이 때, 오스만 제국은 발칸반도의 왈라키아 공국과 국경분쟁을 겪는다. 폴란드는 같은 가톨릭인 그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오스만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장엄제 쉴레이만은 폴란드 본국과 카나카에 선전포고한다. 서른여덟 살의 아냐 와카는 어린 딸이 동요하지 않도록 소금 창고에서 몰래 절규했다. 타마라 와카는 불행하게도 이제 겨우 열 살이었던 것이다.
*****
타마라, 크게 심호흡하렴. 빨리 돌아올게.
“아바마마, 어디 가시나요. 절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
어린 타마라 공주는 머리만 책상 아래에 숨기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국왕과 총독은 황제 폐하의 심판을 받으라.”
사방에서 폭탄소리며 총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눈물이 솟아남과 동시에, 어제 생일 선물로 받은 인형이 책상 아래로 툭 떨어졌다.
“무서워.”
타마라 공주는 혹시나 인형이 상처받을까봐 허둥지둥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때는 ‘초승달의 밤’ 오스만의 정예 병력인 예니체리들이 총기를 들고 왕궁을 습격한 날이었다. 수도 야렌성 외곽은 불타고 있었다.
“왜, 왜...?”
공주는 혼란스러웠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자신을 귀여워해줬다. 맛있는 연어와 드레스, 오스트리아에서 준 고급 과자... 그 뿐인가? 두 달 전에는 베니스에서 온 편지도 받았다. 또래 도제가 혼인하고 싶다고 했던 편지는 타마라를 설레게 했다. 그런데 하루만에 세상이 완전히 변해있었다.
총독 아냐는 딸에게 비정한 사실을 끝끝내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직접 콘스탄티예(훗날의 이스탄불)로 가서 쉴레이만과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속국이 될 각오도 했었다. 그러나 예니체리들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륙했던 것이다.
타마라 공주가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감고 몇 분을 있었을까. 방문이 벌컥 열리고, 왕은 빠르게 타마라를 끌어안았다. 어린 공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투닥투닥 때렸다.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타마라!”
“대체 무슨 일이.”
“우린 빨리 왕궁 밖으로 나가야 해.”
“왜요, 여기는 타마라의 집인데!”
“안 그럼 이교도가 타마라를 죽일 거야.”
숨을 막히게 하는 그 한마디에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렸다. 국왕은 굳어버린 공주를 안은 채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타마라는 거의 소리치듯 물었다.
“......”
“할아버지는...?”
대제사장이었던 할아버지는 총 대신 활과 화살을 들고 분전하고 있었다. 그는 전사답게 죽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위대한 태양의 여신 성모 마리아를 위하여!”
그러나 산탄포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대제사장은 그 자리에서 어깨를 잃고 쓰러졌다. 예니체리들은 ‘너 같은 야만인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가?’라며 비웃고 있었다. 대제사장은 마지막으로 칼을 뽑았지만 이번엔 심장에 편전이 박혔다. 타마라의 이마에 왕의 눈물이 떨어졌다. 타마라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엄마, 할아버지!”
결국 공주는 아버지의 품 안에서 발버둥치다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떨어뜨렸다. 한발자국 두 발자국 멀어지다 결국 보이지 않게 된 인형을 보며, ‘과연 내가 다시 저 애를 되찾을 수 있을까’ 먹먹히 생각했다.
“엄마, 보고 싶어요.”
“타마라!”
턱 끝까지 숨이 차게 달리던 국왕이 갑자기 창가에 우뚝 멈춰섰다.
“엄마는 총독으로서 항의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고 있단다.”
오스만이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카나카에 이렇게나 빨리 오다니, 어디서 이런 항해술을 얻었는가? 타마라는 은발의 남자를 보았다. 그 안광과 위세는 대단했다.
‘저 사람은 오스만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살얼음 같은 눈과, 땀도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창백한 피부. 그는 검은 흉갑을 입고 반란군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왜 우리를 괴롭히세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타마라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온 몸에 소름이 지나갔다. 놈은 천천히 손가락으로 타마라를 가리키며 수하들에게 뭐라고 떠들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죽여라? 잡아라?
“저 놈의 얼굴을 기억하거라. 불구대천의 원수, 디에고 데 카탈루냐...”
‘데 카탈루냐’라는 가문명은 아라곤 왕국의 후손임을 나타낸다. 그는 아라곤이 카스티야에게 병합되며 스페인이 성립되던 그 때 오스만에 귀순했을 것이다. 그 후 그는 술탄을 위해 유럽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각지의 문물을 배웠다. 그는 학자이자 기사였다.
“왜, 왜 우리를 공격한 거야?”
“저 놈은 스페인 배신자 놈이야. 언젠가 저 놈을 죽이자, 복수하자. 저 놈은 타마라의 모든 것을 뺏어갔어. 같은 신앙의 형제면서 이교도에게 협력했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한 번 멀어져가는 지난날의 추억들, 소중한 가족들의 체취... 손아귀에 힘이 풀리며 아끼던 구슬들이 조금씩 땅에 떨어졌다. 총독인 엄마가 준 것들이었다. 너무나 아까워서 손을 뻗어 잡아보려 하는 순간,
퍼엉.
폭음이 울리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창문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벽이 통째로 사라지다니! 정말로 우릴 죽이려 하는구나. 부녀는 강력한 소음과 진동 때문에 잠시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아빠.”
“......”
“아빠!”
“빨리 도망치자.”
카나카 왕국의 국왕은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다시 뛰었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어전회의실의 벽난로였다. 좁은 그 틈으로 들어가 바닥의 해치를 열고, 빛 한 점 없는 비밀통로를 기어...
절벽의 끝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타마라, 생일 축하한다.]
[베니스 사람과 결혼하면 유럽에도 갈 수 있겠네요!]
[공주님이 거리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해요.]
[엄마가 너무 바빠서 미안해.]
[전하, 열 척의 배가 나타났습니다.]
정신이 흐려져 가던 타마라 공주는, 그토록 여행하고 싶었던 유럽의 환상들을 보았다.
‘몇 백번만 더 잠을 자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주가 된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겹쳐 스쳐가는 어머니의 모습. 타마라는 바다 속에서 아냐의 가슴을 와락 껴안으며 빛에 휩싸이는 착각에 빠지다가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날의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난다. 가장 행복했던 추억들이 총성과 화약냄새에 뒤덮여버린, 그런 날이었다.
공주님.
타마라 공주님.
타마라는 악몽에 시달리다 며칠 뒤에 눈을 떴다. 화들짝 일어나 주변을 살폈지만 부드러운 이불도, 상큼한 커튼도 없었다.
“어, 어어어어어?!”
“타마라 공주님.”
“아아아아아아아-!”
“공주님, 진정하십시오!”
그녀는 발작하듯 소리치며 좌우사방을 살폈다. 우선 먼저 메주가 보였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방 안에서 빛을 뿜어내는 작은 촛불. 하얀 드레스 대신 입혀진, 수수한 장식의 옷.
“엄마-!”
“공주님!”
폴란드인 가신이 타마라를 꽉 껴안았다.
“여기가 어디에요...?”
“동양의 이국입니다.”
엉뚱하게도 그들은 조선에 있었다. 나침반도 없이 어선을 타고 표류하던 그들은 근처를 배회하던 네덜란드 상선에 구조되었으나, 이내 버려졌다. 네덜란드 선원들은 그들이 카나카인임을 알아채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나카 해전에서 말라카 스페인령 함대는 궤멸되었습니다.]
동인도회사 직원인 네덜란드 인이 서툰 라틴어로 말했다.
[탈출하던 아냐의 기함을 둘러싸고 스페인과 오스만의 일대 해전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스페인 함대가 궤멸되고, 아냐는 불타는 기함에서 딸의 안녕을 빌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마조비아의 가신들은 슬펐지만 울지 못했다.
[당신들은 죽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전 유럽이 카나카의 멸망에 애통해하고 있습니다.]
[우릴 기독교인의 땅으로 보내주시오.]
[지금 이 바다에 당신들 수배령이 떨어진 건 아시오?]
오스만은 스페인 세력에게 ‘폴란드인을 보호하고 있다면 즉각 환송하라’고 협박을 하였다. 새로운 카나카 총독에게 정통성을 주기 위하여, 그리고 그들을 외교관으로 사용하면 명나라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아냐는 가끔 명나라 황제에게 서양 시계를 선물하며 친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것이 표면적인뿐인 언사였다고 생각한다. 재정복 명분이 있는 카나카 왕족들을 죽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을까? 선원들은 자기들끼리 매우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느 항구에 가도 위험천만할 것으로 판단했다.
[미안합니다.]
[설마, 우릴 버릴 겁니까?]
[주님께선 이교도의 땅에도 함께 계실 거요.]
[유럽으로 보내주시오!]
[안 됩니다, 이 배에는 일주일치 식량밖에 없습니다. 인근 항구에 정박하면 당신들이나 우리들은 죽은 목숨입니다! 죽느니 이교도의 땅에 사는 게 나을 거요!]
[주여, 주여!]
그들은 화물을 버리듯 카나카인들을 제주도에 내버려뒀다.
*****
조선인들이 창호지 문에 침을 바르고 이 낯선 서양인들을 몰래 구경하였다. 불행한 왕족들은 한 달 뒤 조선 조정으로 압송될 예정이었다.
타마라 공주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천한 것들이 고귀한 자신을 구경거리로 삼는 줄은 알았다. 그녀는 다시 겁을 먹고 눈물을 흘렸다.
“고려...? 이교도의 땅? 왜, 이런 일이...?”
“아직 모든 걸 이해하실 나이는 아니실 겁니다. 그러나 고려에서도 살 길은 있을 겁니다.”
이교도의 땅에서 남은 생애를 보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타마라는 모든 것을 망가뜨린 카탈루냐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울었다.
“타마라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공주님.”
“어, 어어엉. 엄마. 어어어어어엉.”
조선인들은 어린 타마라가 울자 곶감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녀는 처음 보는 과자에 입맛을 들이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국왕과 충신들은 동네 꼬마에게 두카트를 보여주며 술을 요구했으나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이 곳은 술이 없나? 아니면 화폐를 쓰지 않는 건가?”
“저들은 우리를 원숭이를 보듯 하는군요.”
여담이지만 이 제주도 시절을 회상하는 타마라 와카 공주의 일기가 대단히 흥미롭다.
「거리에 나가보면 그들은 ‘티온하 데잔쿤(천하대장군으로 추정)’이란 우상에 대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리가 없었기에, 이 조선 땅에 종교가 있긴 한 건지 의문조차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가신들이 비웃으며 돌무더기를 치우고 조롱하며 가슴에 성호를 긋자, 그들은 화를 내긴 커녕 헤헤 웃으며 다시 돌무더기를 쌓았습니다. 신성모독을 당했는데 웃음을 짓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영혼을 이어주는 성직자(무당)는 엄청난 차별을 겪었으며 때로는 몽둥이에 맞았습니다...
조선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지만 제대로 된 건축기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2층 건물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도로도 부실하여 걷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9층 성채가 있다고 들었지만, 아틸라 같은 야만인이 불태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박식하였으며, 선조들의 문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분량은 말로만 듣던 콘스탄티노플에 비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노예도 자체적인 문자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주 보던 중국 문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날 배운 문자 체계는 군사적 암호로 사용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기사들은 모두 중앙 권력에 고용되었으나 언뜻 보면 지방 공무원의 통제를 받는 사병 같았습니다. 국지전에는 유용하겠지만 나라의 국운을 건 일대 결전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지방 사또에게 권총을 보여주며 자신만만하게 하늘에 쏘았습니다만, 그들은 웃으며 통나무 포탄 화포를 쏘아보였습니다. 그 화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유럽의 갤리온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들에게 화약 무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놀라서 가신들은 할 말을 잊었습니다...」

며칠 뒤 한양의 기록은 이러하다.
「가나가(家娜家)인이 제주도에 난파되었을 때 문자를 아는 이가 있어 필담을 했다. 상께서 직접 물어보시길, ‘너희는 남만인인가?’하자 ‘멀고 먼 서쪽에서 왔다’고 답했다. 다시 상께서 ‘홍이(紅夷)족인가? 너는 이슬람 교도인가?’라고 묻자 아니라고 했다. 가나가인은 ‘우리는 이슬람을 증오하며 그리스도를 유일한 하늘의 아들(天子)로 본다’고 답했다. 이 때 상이 웃으시며 ‘천자는 중원에 있는데 어디 감히 누가 천자를 사칭하느냐?’고 꾸짖었다. 그러자 가나가인들은 낯빛이 변하더니 품 안에서 십자 나뭇가지를 꺼내들었다. 그들은 ‘우리는 죽음도 불사하나이다’라고 작게 말했다. 상께서는 크게 웃으셨다. 과연 과거 세종께서 말하신 대로 색목인들은 이 문제에 민감했다. 정승들은 저 자가 상제(上帝)를 천자(天子)로 잘못 쓴 것이 아니냐고 속닥였다.
가나가 왕이 말하기를, ‘대왕(大王)께서 이 소국의 왕을 거두시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를 청합니다’했다. 상께서 ‘무슨 도움을 주겠느냐’고 묻자 ‘저에게 군대를 주시면 제 옥토를 되찾겠나이다. 대대손손 조공을 바쳐 은혜를 갚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상께서는 ‘천명을 잃어 나라를 잃었으니, 다시 싸움을 거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고 꾸짖었다.
정승들이 비웃으며 ‘왕은커녕 일개 선비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나가 왕은 절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장사들이 나서서 그를 뜻대로 해보려 했으나, 작은 공주가 울음을 터트려 상께서 물러가라 하셨다.
작은 공주의 이름은 다마라(茶麻羅)였으며 남만인 왕과 홍이족 공주의 자식이다. 공주는 ‘고려 국왕이시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라고 울부짖었다. 상께서는 ‘죽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직접 조선이란 국명을 알려주었다. 작은 공주에게 신분을 물어보자 ‘가나가의 공주, 마조비아(馬祖飛蛾)의 공, 사이민(四夷民)의 절도사, 우아가(優雅家)가의 다마라’라고 했다. 정승들은 이를 비웃었다. 공주는 왕족의 기품이 없었으며, 응석받이였다.
상께서는, ‘너희들의 화포와 총통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그 무기를 우리에게 넘겨라. 너의 왕 직위를 박탈하며, 병조의 대신으로 임명한다’고 하셨다. 그러자 늙은 홍이족이 크게 노하여 몸을 떨다가, 상께 모욕을 하며 다가갔다.(Kurwa하고 소리쳤다는 설이 있다) 그는 순식간에 장사들에게 어깨를 얻어맞았다. 작은 공주는 크게 울었다.」

“고귀한 혈통에게 고작 병기창의 공무원 자리를 주다니!”
“으흑, 으흑...”
“공주님...”
조선 명종이 장사들에게 한 번 손짓하자 인원수에 맞는 한복이 대령되었다. 조선 명종은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외국인을 국외로 보내는 것은 조선의 국법에 없다’고 단언했다. 파벨 와카는 이를 악물었다. 충성스러운 가신들은 차라리 도보로 유럽까지 갈 테니 자유를 달라고 애걸했다.
“경들은 들으라.”
“네, 상감마마.”
“저들은 약탈자나 정복자로서 이 땅에 온 것이 아니다. 외적을 피해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조선 국왕전하!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공주가 소리쳤다.
“이미 자비를 베풀었다. 평생 조선에서 살아라. 너희는 이 시간부로 왕족이 아니다.”
그제야 이들이 유럽인과 180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1대 1 결투를 하다 죽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타마라와 가신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파벨 와카를 바라보았다.
“탈출할 기회는 언젠간 생길 것이다. 목숨을 아껴라.”
“춤을 춰라. 노래를 불러라.”
대신들의 입가가 실룩였다. 이것은 거란족이 여진족에게 주기적으로 수치를 주던 방법과 같았다. 다시는 ‘왕’이란 단어조차 올리지 못하도록 기를 죽이는 것이다. 젊은 국왕과 어린 타마라는 공포 속에서 마조비아의 민속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가신들은 격분했지만 목젖 끝에 칼이 닿아서 움직이지 못했다.
*****
한번 신종하게 되자 조선인들은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타마라 공주와 가신들은 의외로 넓은 마당과 연못도 있는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가신들은 ‘이교도에게 이렇게 대접받다니, 상당히 예상 밖이다’라며 수군거렸다.
당시 조선 국왕이었던 명종은 그다지 유능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매치락 머스킷 기술은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대신들은 ‘편전이 있는데 조총이 왜 필요합니까’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명종은 꿋꿋하게 ‘훗날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을 무기’라고 설득했다. 결국 카나카인의 체류 1년 만에 조선산 매치락 머스킷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조선의 기술자들은 방아쇠와 조준선이란 메커니즘을 매우 놀라워했다.
이런 융숭한 대접과는 별개로, 카나카인들은 결코 부유한 일상을 살지 않았다. 어떻게든 조선을 탈출할 방법만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나라 국경의 역관들에게 거금을 주고 카나카 소식을 알려달라고 애걸해야 했다. 이 액수는 전부 합해 기와집 3채 값이었다.
타마라 공주는 이렇게 이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우리는 화승총뿐만 아니라, 통나무 재로 만든 유럽식 비누도 생산했기에 막대한 부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조선 땅에선 대단히 혁신적인 물건이었습니다. 누구나 위생에 대한 욕구가 있었기에 나중에는 국책사업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카나카의 명재상 ‘코드키에비츠’는 언제나 검소한 생활을 강조했고, 이것은 저를 항상 슬프게 했습니다. 저는 고기와 비스킷 등을 요구했지만 언제나 쌀만 받았습니다. 쌀 조리에 익숙하지 못한 저는 조선인을 모방하여 쌀을 끓이곤 했지만 대부분 죽처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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