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드센스 심사중.


(9.14 수정) '짱구는 못말림' 팬픽 [지금껏 숨겨온 발톱을] 쪽대본 문예 / 미완이나 B급








원작 : 짱구는 못말림

http://blog.naver.com/jotcheol892/220143236902
















원작 : 짱구는 못말림 


http://blog.naver.com/jotcheol892/220143236902











폭력에 시달리던 사람은 내심 가해자의 위치에 있기를 원한다. 이유 없이 날아오는 주먹에서 느끼던 당혹스러움이 증오로 변해버리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베개를 세우고 주먹을 내지르며 펀치를 연습하곤 했다. 나는 결함투성이 인간이었지만 자기 암시만큼은 잘했다. 일진들의 얼굴을 갈기는 상상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곤 했다. 원투, 원투 바디, 원투 훅, 인터넷을 보고 몇몇 동작을 따라하면 놈은 결국 피투성이가 되어 내 실내화 앞에 쓰러져 있었다.


이런 것들은 ‘강해지고 싶다’는 무예적 낭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더는 당하지 않을 거야’에 가까웠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증오를 쏟아내고 나면 ‘옛날 같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하고 혼잣말해도 부끄럽지 않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회피의 망상 시간이었다. 밤마다 술을 마시던 엄마는 종종 내게 '지랄 말고 잠이나 자라'고 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태도였다.


어머니, 예전엔 언제나 얼굴에 멍이 들어있던 어머니.


가끔은 마음속의 금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매번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역으로 폭력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얼굴을 그리며, 악에 받혀서 원투, 다시 원투...


굴삭기 자격증을 따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아버지. 그리고 결국 자기 두 손으로 가정의 뿌리를 뽑아버린 아버지.


그러나 세 가족이 쏜살같이 친정댁으로 도망가던 그 때, 나는 이유 모르게 그가 마지막으로 사 준 짜장면을 생각했다. 결국 나는 끝끝내 주먹 끝에 힘을 빼버리곤 했다. 펀치를 날린 건 나인데 정작 맞아서 주저앉는 것도 언제나 현실의 나였던 것이다.


이 증오의 체조가 끝나면 아침이 찾아왔다. 그러면 ‘로켓트 펀치’나 ‘팔콘 킥’에 시달렸다. 일진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내게는 악마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악마보단 포식자라고 해두자. 고양이가 심심풀이로 쥐를 굴려 죽이다가 고기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두자. 결국 원하는 건 담배 마련할 돈을 상납 받는 거였으니까.


“이 비영신아, 우리 삼촌이 조폭이라고 했지.”


“드럼통, 어? 드럼통 씨발놈아. 시체를 담아서...”


“이 새끼, 계집애처럼 쳐 울어.”


아파서 우는 게 아니다. 서러워서 울었다. 그러다보니 학기 중반에는 울보 병신 딱지가 씌어서 공부 잘하는 애들마저 나를 무시했다. 어떤 놈은 남자 새끼가 주먹질 하나 못하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내 주먹은 집 안에서만 쓰이는 걸. 망상 속을 긋고만 있을 뿐이라고.’


그러나 단 한 번 현실에서 펀치를 날린 적이 있었다. 증오가 공포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놈은 여동생을 거론하며 젖가슴이 어쩌니 지껄였었다. 예쁜데 한 번만 만져보면 안되냐는 건 덤이었다.


머릿속에 문득, 멍 든 엄마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하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하교 후 ‘다구리’가 아닌 공식적인 ‘맞짱’이었던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한 조각 용기를 모두에게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큰 소리로 울었다. 흙바닥에 코피를 뚝뚝 떨어뜨리면서. 상상 속의 펀치는 현실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토록 연습했던 원투 원투가 하나도 맞질 않았다. 내 주먹은 도무지 놈에게 닿질 않았다. 반대로 놈의 주먹은 너무나 가깝게 느껴졌다.


날 등지고 멀어져가는 우산들을 보며, 왜 나는 저런 평범한 학생이 되질 못하나 머리를 쥐어뜯었다. 처음부터 뭐가 문제였을까. 어떻게 타개해야 할 까. 음침해 보였다고? 교복에서 냄새가 났다고? 엄밀히 말해 모두 내 책임이 아닌 걸. 그럼 이제라도 밝고 깔끔한 인상을 주면 되는 걸까?


아니. 이미 늦었어.


내일은 더 큰 보복을 당할지도 몰라.


비틀거리고 돌아가는 그 때, 다람쥐 한 마리가 웅덩이에 빠져 나를 올려 보고 있었다. 놈은 다리가 부러졌는지 허망하게 울며 익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생애 두 번째 용기를 내어 놈을 건져내고 품에 안았다. 원래는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 쉽게 다가서지도 못했었다.


그 다람쥐는 한 번 다시 숨이 뚫리자, 물을 토해내고 근처 나무를 향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병신이 된 다리로는 나무를 오르기는커녕 걷는 것도 버거워보였다. 게다가 깡마른 몸에 오랫동안 비를 맞아서, 모양새가 축 늘어진 솜뭉치 같았다.


윤기를 띄는 건 오직 부러진 다리의 발톱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저 작은 발톱으로 나무를 오르내렸을까? 또, 다리가 부러진 지금도 굳이 나무에 오르고 싶은 건가? 품 안의 작은 다람쥐에게서 나와 같은 처절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너는 늦지 않았을 거야.


자신도 못 지키는데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되었다. 나는 무작정 동네를 향해 달렸다. 호주머니에 돈은 없었지만 동물병원에 데려다 놓는 게 우선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와중에 흐르던 코피가 빗물과 섞여 교복에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치 피로 만든 스카프 같았다. 피투성이 소년이 죽어가는 다람쥐를 안고, 엉엉 울며 도로를 뛰고 있는 모습... 사람들은 멍하니 내 모습을 보다 혀를 쯧쯧 찼다. 동정만 하지 말고 택시비라도 줬으면 좋았을 텐데.


“15만원입니다.”


비를 뚫고 뛰어온 나에게 의사가 나직하게 말했다.


“네?”


정당하고 정의로운 행동에도 대가가 따른다니, 무료 치료 해주시면 안 되나요...하고 아이답게 항변하고 싶었다. 15만원은 도저히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돈이었다. 참고로 나는 자신을 위해 한 달에 만 원을 쓸까 말까 하는 빈털터리였다. 나머지는 전부 빼앗기거나 그랬다. 게다가 거의 매일 일진들이 내 급식 식권을 뺏어갔기에 주머니엔 늘 비상용 사탕밖에 없었다.


“이거라도...”


의사는 딱한 표정을 지어보이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부모님께 전화해보세요.”


의사 말대로 전화를 걸어봤더니, 엄마는 크게 역정을 냈다. 무슨 생각으로 부모 돈을 자기 돈처럼 쓰려고 하느냐고. 용돈 충분히 줬는데 그걸 쓰라고.


그러나 나는 차마 ‘힘센 놈들에게 다 빼앗겨서 지금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더 달라고 우겼다. 듣고 있던 엄마가 ‘아버지 닮아서 그러냐’고 살살 비꼬기 시작했다. 나는 더 듣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저런.”


“다음에 꼭 드릴게요.”


의사는 말문을 잃고, 돌아가는 내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식은 몸에 다시 비를 맞고 있자니 몸속의 심지가 전부 타버려 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터덜터덜, 타박타박, 어디서든 타박만 맞고 사는 거지같은 인생.


거지에게 빚이 생겼다. 그러나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았다. 엄마도 내 처지를 방관하고 있다. 급전을 빌릴 친구도 없다. 나는 자학하다 못해 무작정 네 가족이 모여 살던 옛 동네를 향해 달렸다. 이것은 일종의 자살 직전의 절규 같은 것이었다. 다리가 부러지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두 발이 셀 수 없이 땅을 박찼다. 남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주술적 암시와 함께… 1km만 더 뛰자, 그러면 옛 이웃이 돈을 빌려줄지도 몰라. 아니,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자- 그러면 학교에서의 왕따 생활이 끝날지도 몰라. 나는 결함투성이 인간이지만 자기 암시만큼은 잘 했다. 


아버지와 이별하기 전, 그 동네가 보였다. 사실 필사적으로 잊으려 했던 풍경이었다. 원래는 그 쪽으로 소변조차 보지 않을 정도로 금기시했었다. 행여나 아버지와 마주치진 않을까, 아버지의 폭력 앞에 무력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내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리진 않을까, 그리고 옛 이웃들이 우리 가족에 대해 수군거리진 않을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30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힘든 걸 넘어서 몸에 오한이 서렸다. 죽어버리고 싶어. 차라리 그게 나아. 내가 왕따라는 걸 엄마에게 들키는 것보단…


여담이지만, 나는 평소에도 오래 달리기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버스 카드의 천 원을 아끼면 피시방에서 한 시간을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초체력 하나만큼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나 역시 육체적으로 빠르고 민첩해졌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스물 다섯이 된 지금이나 그 때나 기초체력은 별 차이가 없으니, 나는 이미 고등학생 시절에 해녀 수준의 폐활량을 만들었던 것이다. 왕따 생활이 안겨준 유일한 선물이랄까,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다.


그래,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다.


속옷까지 전부 젖어버릴 정도로 달리던 그 때, 옛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격투기 체육관이 보였다. 원래 같았다면 간판만 보고 황급히 도망쳤겠지만, 몸이 탈진해서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아버지가 남긴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도리어 추억에 젖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친구들과 함께 놀던 담벼락. 옆집 강아지가 얼굴을 내밀던 창문… 왠지 집집마다 문을 열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 시간을 달렸으니 아홉시 쯤 되었던 것 같다. 우선 계단에 앉아 쉬고 싶어서 비척비척 도장 셔터에 다가가다가 등 뒤로 전율이 지나쳤다. 어린 나와 똑같이 차려 입은 아이가 멀뚱히 나를 내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애는 일종의 환각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었다. 


‘형은 나를 꼭 닮았네. 형은 어떤 사람이야?’


마치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비실비실 눈물이 흘렀다. 나는 네가 부러울 정도로 무너져 내렸거든. 날 한 번 안아주면 안 될까? 대문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자 그 애가 집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피로 적신 교복을 입은 모습이 괴기스러웠을 것이다. 마침내 나는 도장 샷다에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동네를 다시 바라보았다. 예전엔 이런 높이에서 세상을 보았겠지. 


아까 그 다람쥐마냥, 이 정도의 높이에서. 익사를 기다리며. 


삐걱,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누구쇼.”

“……!”

“너는…”


극적이라면, 극적인 재회였다. 우리는 빠르게 서로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맹구 삼춘…”


입이 돌아가고 수척해진 왕년의 복싱 챔피언과, 코가 깨지고 피칠갑을 한 채 쓰러진 고등학생.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와락 안았다. 둘 다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큰 설명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나, 돈이 필요해. 15만원 정도...!”


그러나 멋대가리 없게도 그의 품 안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은 병원비 얘기였다. 


“난 철저하게 병신이야, 원래 그런 사람인지, 아버지가 날 이렇게 망가뜨린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울지 말고 침착하게 말해봐.”


맹구라는 별명은 케이지 안에서의 맹수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서글서글하고 시골청년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었다. 본인도 이름보다는 맹구라고 불리길 좋아했다. 그는 우리 가족의 몰락과 거의 동시에 몰락했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종합격투기 협회와의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협회자금 횡령의 누명을 쓰고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고 했다. 그러니까 배신당한 거다. 사람이 충격을 크게 받으면 머리에 핏기가 확 없어진다나. 자기 도장에서 쓰러졌던 맹구 삼춘은 일주일간 깨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영영 링 위에 설 수 없었다.


“다람쥐 피는 아니겠지. 너 피를 많이 흘렸구나.”

“삼춘, 보고 싶었어.”

“유리가 보낸 편지엔 이런 내용이 없었는데.”


그는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힘겹게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옷 꼬라지가 보기 영 안 좋구나. 샤워하고 자고 가라.”

“왜 피를 흘렸냐면...!”


엄마에게도 하지 못할 말이었다. 힉,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지난 학교생활을 쏟아내려는 그 때, 삼춘은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이것은 일종의 배려였다. 남자로서의 ‘가오’를 살려주기 위해 깊게 들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침묵 끝에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울함의 안개에 연기의 안개가 덧칠되었다. 조금은 머리가 몽롱해졌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몸은 괜찮아? 도장일은 계속 하는 거야?”

“도장은 내 개인 재산이야. 그 누구도 뺏을 수 없어. 내 자식들이 초급반 사범을 맡기도 하고.”

“그렇지만.”

“내 도장은 누구에게도 못 넘겨. 절대로.”


발작처럼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관원들도 마누라도 떠났지만 이 도장은 절대 처분 못해. 집은 팔았지만 여긴 언제나 그대로일거야. 삼촌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실물로서 간직하고 싶었다. 언젠간 이 도장에서 챔피언을 육성해낼 거야, 이 정문수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세상에 똑똑히 보여줄 거라고.


“당분간 도장에서 지내라... 대신 청소는 네 몫이다. 등교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그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평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손이 경련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너희 엄마 말하는 거지. 맡겨둬. 그리고 병원비는 내일까지 20만원이면 충분하겠지.”

“고마워...”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해라.”


버려진 구명튜브처럼 쓸려 내려간 곳은 결국 아버지의 자취가 남은 곳이었다. 도장 안은 가깝고도 낯설게 느껴졌다. 1층에는 삼촌과 두 남매(어릴때는 소꿉친구였다)가 살고, 2층의 오픈매트 구간의 창고는 내가 쓰기로 했다. 말이 창고지 덤벨 몇 개를 들어내니 자취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누군가가 쓰던 간이 매트릭스도 이미 깔려 있었다. 


“너 너구리 좋아했지.”

“......”

“밥그릇 가지고 어디 가냐.”

“아니, 내 방이라는 게 생긴 것이 신기해서...”


라면만큼은 내가 끓인다고 나갔더니 (군식구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염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삼촌은 한사코 만류하며 TV나 보라고 하셨다. 막상 그 창고에 허리를 펴고 앉아보니 무슨 은둔기지 같았다. 통풍과 채광이 되지 않는 방 안에 주먹만 한 전구 하나가 힘겹게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애처로운 풍경이었다. 나는 감상에 젖어 라면을 잠시 구석으로 치워두고 자리에 누웠다.


창고 한 구석에는 누군가가 쓰던 일기장이 있었는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획이 호쾌하고 남성적인 필기체였다. 마치 7080시대의 공문서 같았다. 젊은 시절의 삼촌이 쓴 것일까? 우리 세대의 글씨 같진 않은데. 


 ‘오늘은 원투를 30분 동안 쉬지 않고 했다. 배는 조금 고팠지만 뿌듯했다. 아, 언제까지 여기에 매트릭스만 깔고 살아야 하나. 눈물이 다 나온다. (이모티콘) 외부 요인에 의해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된 것 같아 우울하지만 (이모티콘) 나는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파이팅)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나는 비극의 헝그리 복서.’


 아버지 세대에도 이모티콘이 있었나? 그리고 한화 이글스? 하긴 삼촌이 충남 사람이긴 한데… 조금 더 읽어보았다. 


‘커튼이 예쁘게 달린 향수 뿌린 방에서 곰 인형을 안고 자고 싶다. (이모티콘) 아, 학교 급식은 왜 스파게티를 그 따위로 만들까. 옛날에 먹던 케찹 밥이랑 똑같잖아. 후, 뽀모도로 스파게티 먹고 싶다. 그나저나 엑소 너무 귀여워~ (이모티콘) 결혼해 결혼해. 키스해.’


그 옆에 강아지가 ‘멍’하는 의미 모를 그림이 그려진 것이 화룡점정이었다. 멋진 필기체와 내용의 괴리가 너무 커서 헛웃음이 나왔다. 누구 일기장인진 모르겠지만 봐서는 안 될 걸 본 것 같은데…

이건 또 뭐야. 


‘사랑이란 BITTER SWEET. 그는 언제나 SWAG. 그래서 조금은 BULLSHIT, 아 나의…’


그야말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걸작이었지만 뒷 내용까지 전부 읽지 못했다. 등 뒤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져 액정이 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움찔하고 돌아봤더니, 내 나이 또래의 여자애가 당황한 눈빛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내 방에!”

“…안녕. 오래간만…”

“으, 으아아! 아버지-!”


다짜고짜 주먹이 날아왔다. 최악의 재회였다. 


***** 


깨진 코에서 또 피가 흘렀다. 군식구의 서러움을 벌써 맛보는 듯 했다. 

그건 그 애가 도장 1층을 거치지 않고 곧장 2층으로 올라와서 생긴 문제였다. 


그게 말이나 되냐고요~ (울컥)

10년동안 못 보던 동네 친구한테, 그것도 남자애한테 갑자기 방을 빌려줘라? 

도무지 말이 안 되잖아요!


사정이 있어서.


왜요, 쟤 무슨 범죄 전과라도 있어요? 


쟤 아버지와 얽힌 문제야. 지민이 네가 참아라. 


(침묵)


그, 그래도 이런 건… (웅얼웅얼)


그리고 내일 카드 빌려줄 테니까 쟤랑 같이 동물 병원 좀 다녀와라. 


동물 병원-?!


아무리 그래도 체크카드는 가족한테 맡겨야 안심이지. 


아니, 이건 또 무슨 얘기야.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줘요!


(끼어든다) 그건… 


(울컥) 넌 그래서 내 일기 어디까지 봤냐고. 


아, 아무것도 못 봤어. 


거짓말 하지 마!


사랑은 비터 스윗… 


으아!


미, 미안! 


이담에 신랑이 생겨도 각방 살 건데 뜬금없이 이런 멸치 같은 놈한테! (벌컥) (쿵) 


……


(칙) 신경 쓰지 말고 담배나 한 대 피워라. 


쟤 좀 성격 지랄 맞지.


(담배 거절)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뭐. 


*샌드백 소리. 팡팡.*


(후우) 소리 좋-다. 


*딸깍* (라디오 전원 ON. 록키 BGM. ‘라이징 업~ 백 온 더 스트릿~’ 타격음이 드럼 비트처럼 들린다는 묘사) 


(코로 담배연기 뿜는 맹구) 좋은 주먹은 소리부터 다르다. 알고 있니. 


천둥 치는 것 같아. (독백 : 저 작은 체구에서 저 정도 파워가 나오다니…) 


(담뱃재 탁탁) 구경 한 번 해볼래? 



후웃, *파앙* 


멋지다… 저게 미들킥… 


흡, 흡흡. (투 원투)


(독백) 그 모습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샌드백을 조지는 모습에서 의외의 미학을 찾아내는 찐따 주인공. ‘조명도 마치 무대 위의 댄서를 비추듯이~’ 지민의 모습에 매혹된다. 강한 것도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어쩌구 저쩌구.  록키 BGM, ‘’Went the distance, now I'm not gonna stop~[쓰러질 때까지 뛰는 모습이 인서트] Just a man and his will to survive~[다람쥐의 모습이 인서트] You must fight just to keep them alive[베개를 때리던 모습이 인서트]”)


 뭘 쳐다봐!

 ……

 뭐, 뭐야, 부담스럽게. 

 독백 : 나는, 나는…

 흥! (흡흡 후웃 *원투 미들킥*)

 독백 : 나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독백 : 빌어먹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독백 : 저렇게…! 

 

 (어깨를 툭 치는 맹구 삼촌) 너도 쳐볼래? 

 으, 으응? 

 너도 수컷인데 살다가 주먹이 근질거릴 때가 있었을 것 아니냐. 

 

 지민아! (네!)

 얘 자세 좀 봐줘라. (…네?)

 아빠는 세탁 맡긴 거 찾으러 간다. *그건 내 교복이었다. 하루 만에 건조까지 시키려고…* 

 아, 아버지! 


 흐, 흥…! 알아서 운동하시지. (외면)

 

*팡! 팡!*  


 오?!


*팡*


어디서 주워 본 건 있는 모양인데. 


독백, 상상 속의 주먹이 칭찬(?)을 받은 첫 순간. 더욱 힘주어 치자… 


*팡*


얘, 그렇게 치다 손목 부러진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좀 더 각도를 내리고… 


이, 이렇게?


(휙) 카바링에서 그대로 뻗는 거야! 






부가 설정 : 맹구 아들은 철수 잔당들이랑 어찌저찌 해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흥신소 찌바리가 되어… 철수는 모범수라서 세 달 있으면 출소한다. 맹구 아들은 의리 하나는 죽여주는 놈으로 성장했는데, 주인공을 든든히 서포트해준다. 그런데 결국 범죄자 예비군이니까 좋게 묘사는 안 됨. 














덧글

  • 작가님 2017/09/10 21:57 # 삭제 답글

    만화로 압문하는 종합격투기 다음편 안나오나요?? ㅠㅠㅠ
  • 터렛드워프 2017/09/10 22:29 #

    연재하고 싶은데 너무 생각없이 스토리를 진행해서 막혀버렸습죠 ㅠㅠ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5245
1054
39799

애드센스 사이드바



mouse block

구글 애널리틱스